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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새로운 우주를 조립하다: 톰 삭스(Tom Sachs) 전시 리뷰, A Review of the Tom Sachs Exhibition

by 오전 11시26분 2025. 10. 12.

DDP, Assembling a New Universe: A Review of the Tom Sachs Exhibition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며 혁신적인 전시를 선보이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저에게도 가까운 만큼 자주 찾는 공간입니다. 특히 순수 미술보다는 디자인적인 요소가 강하거나, 디자인과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의 작품들을 날카롭게 선별하여 보여주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죠. 바로 그곳에서 저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9 톰 삭스 전'**을 만났습니다. 평소 톰 삭스라는 작가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했지만, 현대카드 소지자에게 제공되는 혜택과 DDP의 검증된 기획력을 믿고 망설임 없이 전시장 문을 열었습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9 톰 삭스 전은 2025년 4월 25일부터 9월 7일까지 (휴관일 없이) 뮤지엄 전시 1관(B2F)에서 진행되었는데, 이 기간 동안 서울은 그의 기발하고도 철학적인 예술 세계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DDP (Dongdaemun Design Plaza), which consistently showcases innovative exhibitions that blur the boundaries between art and design, is a space I frequent, largely because of its proximity to me. It has a strong reputation, in particular, for sharply curating works that lean more toward design or stand at the intersection of design and pure art. It was there that I encountered the 'Hyundai Card Culture Project 29 Tom Sachs Exhibition.' Although I didn't know much about the artist Tom Sachs beforehand, I trusted the verified planning of DDP and the benefits provided to Hyundai Card holders, and I opened the exhibition doors without hesitation.
The Hyundai Card Culture Project 29 Tom Sachs Exhibition was held from April 25 to September 7, 2025 (with no closing days) at Museum Exhibition Hall 1 (B2F), and throughout this period, Seoul was completely captivated by his ingenious and philosophical art world.

 

톰 삭스는 자신을 '현대 조각가'라고 소개하지만, 그의 작업 방식은 전통적인 조각의 영역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바로 **'브리콜라주(Bricolage)'**입니다. 이는 주변의 '이것저것'을 조합하여 새롭고 독창적인 무언가를 창조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전시장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공산품, 소비재, 심지어 버려질 법한 재료들이 작가의 손길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시각 언어로 재탄생한 조각들이 가득했습니다. 합판, 마분지, 테이프, 심지어 유명 브랜드의 포장재와 로고까지, 기존 생산품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그만의 새로운 맥락 속으로 편입되는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기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목적으로 생산된 재료들임에도 불구하고, 톰 삭스의 조합 안에서 강렬한 시각적 통일성이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거칠게 재단된 합판의 질감, 투박하게 붙인 테이프의 흔적, 그리고 의도적으로 완벽하지 않게 마무리된 '손맛'이 모든 작품에 일관된 미학을 부여했습니다. 이는 공산품의 매끈한 완벽함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과정의 미학'과 '수공예의 가치'를 되새기게 했습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그의 대표작인 '스페이스 프로그램' 시리즈를 중심으로 구성된 공간이었습니다.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우주 정거장 혹은 NASA 탐사 기지처럼 연출되어 있었는데, 그 규모와 디테일에 압도당했습니다. 톰 삭스와 그의 스튜디오 팀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새로 만든 우주선, 달 탐사 모듈, 통제 센터, 심지어는 우주복과 각종 실험 장비들이 가득했습니다. 이 모든 소품과 세트들이 브리콜라주 기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관람객은 마치 미지의 새로운 '톰 삭스 우주 세계'를 실제로 방문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작품 곳곳에 숨겨진 유머와 아이러니,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은 덤이었습니다. 익숙한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우주 장비에 붙어 있거나, 평범한 술병이 작품의 일부가 되어 있는 모습들은 소비 문화와 신성함 사이의 긴장을 유쾌하게 풀어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순수 예술의 엄숙함보다는, '디자인 전시'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기능성과 미학, 그리고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디자인의 속성과 톰 삭스의 작업 방식이 맞닿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의 작품은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고, 버려진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우리 사회와 문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진정한 예술의 영역에 속해 있었습니다.

고양시에 거주하며 DDP에서 우연히 만난 이 전시는, 톰 삭스라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조적 에너지를 오롯이 체험하게 해주었습니다. 평범한 재료로 비범한 우주를 조립해낸 그의 전시는, 제게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만큼 인상 깊고 좋았던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전시는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